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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Motivation Monday - 생각²

때 아닌 카투사 논란.

21 SEP. 20.
written by Jang D.S.
No. 39M20

※ 이 글은 미 육군 규정을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한 글입니다. ※
( 청탁자와 피청탁자 사이의 사실 관계는 아직 밝혀진 바 없으며, 조사 중입니다. )


카투사.

요즘 '카투사(Korean Augmentation to the United States Army, KATUSA)'가 매우 핫하죠. 입영을 앞둔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전역자, 일반인들에게도 화두입니다. 바로 대한민국 제19대 정부 법무부 장관의 아들의 '황제 복무'와 '청탁' 논란 때문이죠.

 

추장관의 아들에 대한 여러 제보가 잇따라 불거지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현역 군인으로부터도 이번 정부의 슬로건이라 할 수 있는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완전히 깨 버렸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내용 때문에 논란거리가 발생한 걸까요? 그리고, 각 내용이 논란거리가 될 만한지 확인해 볼까요?

 

먼저, 저 역시 2016년 03월 군번의 카투사 예비역입니다. 주한미8군 한국군지원단 제4지역대 근무 헌병으로, 주한미8군의 한반도 내 제4작전 지역의 치안을 담당했죠. 미군 내 '경찰'과 같은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그리고 미군 규정에 따라 움직여 왔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논란거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짚어 볼까 합니다.

 

논란거리.

먼저, 여러 논란거리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추장관 아들 서모 군의 복무 순서대로 따져 본다면,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자대 배치 청탁
2) 탈영 무마 청탁
3) 통역병 선발 청탁

총 세 가지 논란이 있었죠. 그런데 이들에 대해 세부적으로 알아 보기 전에, 카투사의 운영 시스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0) 카투사 시스템:

카투사는 학국 전쟁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과 맥아더 전 사령관의 구두 협약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죠. 그리고 1950년 08월에 처음 징집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때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편한 군대'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카투사에 대한 설명과 규정은 "미 육군 규정 600-2 (Army in Korea Regulation 600-2, AR600-2)"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지휘권은 미 육군 부대장에게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내용입니다. 카투사의 지휘 계통은 기본적으로 미 육군입니다.

행정 관리 및 군기 유지는 한국군 지원단 행정 계통을 통하여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행정은 대한민국 육군 소속이죠. 때문에, 인사 기록 관리, 정훈 교육, 휴가 제도 관리, 진급 관리, 급여 관리, 징계 및 처벌 등은 대한민국 육군 규정을 따라야 합니다. 이외, 기본적인 생활(외박)과 훈련, 그리고 전시 상황의 명령과 작전은 미 육군의 지휘 계통을 따라야 하죠. 상당히 복잡하죠?

카투사는 미 육군 부대에 예속되어 있으나, 미군은 아니다.
미군법에 적용받지 않는다.

위의 내용도 중요합니다. 카투사는 미 육군 부대에 에속되어 있는 대한민국 육군 병사입니다. 복잡하지만, 대부분의 논란거리를 미 육군 규정 600-2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죠.

 

이제부터, 추장관 아들의 군 생활 논란거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1) 자대 배치 청탁:

카투사주한미8군(Eighth United States Army, EUSA)의 한반도 내 작전 지역에 따라, '지역대'에 소속되어 복무합니다. 간단히 정의하자면, 휴전선에 가까운 전방이 제1지역대(Area 1), 후방이 제4지역대(Area 4)입니다. 지역대 안에 여러 부대가 존재하게 되죠.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복무하는 부대는 어떻게 정해질까요? 여기서 '난수 추첨'이 개입합니다. 카투사 교육대(KATUSA Training Academy, KTA) 수료식 당일, 한국군 지원단 간부, 카투사 교육생, 부모가 각각 숫자를 뽑아 난수를 정하고, 이를 컴퓨터 전산에 넣어 선발합니다. 미리 면접을 보고 선발한 특수 보직(미8군 군악대 등)이 아닌 한, 한 명을 빼돌려서 부대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보는 게 옳습니다.

 

하지만, 아예 청탁이 의미가 없느냐? 그건 아닙니다. 자대 이동, 보직 변경은 여러 이유로 발생할 수 있죠. 가령, 카투사가 사고를 친 경우, 보직 변경과 자대 이동이 함께 이루어지거나, 또는 대한민국 육군으로 돌려 보내는 경우도 발생하죠. 이는 행정 절차이기 때문에, 미 육군 지휘 계통에서 개입하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기껏해야 한국군 지원단 측에 요청하는 정도죠. 때문에, 대한민국 육군이 개입하는 행정 계통에서는,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보직 변경과 자대 이동은 가능합니다. 때문에, 이를 악용하여 종종 청탁이 들어오거나, 진단서 등을 제출하여 힘든 보직에서 빠져나가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경비병, 기갑병, 전투병, 헌병 등 육체적·정신적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경우, 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외래 소견서를 바탕으로 군의관 진단 후, 보직 이동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청탁이 있었는지의 여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청탁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며, 청탁을 받았을 때 조치 역시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물론, 아무런 이유 없이 '정치인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용산으로 자대 이동을 시켜 준다면, 사회적으로 욕과 질타를 받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평가하겠습니다. 물론, 한국군 지원단 간부가 청탁을 들어 준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당시 한국군 지원단 단장이었던 이모 대령(현 예비역 대령)은 청탁을 거절했고, 간부들에게도 주의를 주었다고 밝혔죠. 실제로, 청탁이 꽤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합니다.

 

2) 탈영 무마 청탁:

먼저, 미 육군 규정 600-2에 의해, 카투사의 '휴가'는 대한민국 육군 규정을 따른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외박은 미 육군 규정을 따르지만,말이죠. 따라서, 같은 이유로 병가 역시 당연히 대한민국 육군 규정을 따르게 됩니다.

 

일반적인 경우, 카투사는 한국군 지원단 지휘 계통을 통해 한 달 전 미리 휴가를 신청합니다. 심사를 통해 휴가가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죠. 통과되면, 지정된 날짜에 휴가를 나갈 수 있습니다. 결정된 휴가 일정을 피해 미 육군 근무 일정(Department of the Army Form 6, DA6)이 짜여지고, 근무 일정과 휴가와 겹치지 않게 외박이 주어지죠.

("주말엔 외박을 나갈 수 있다,"보다 "비번일 때 외박을 나갈 수 있다,"고 보는 게 옳습니다. 헌병을 비롯한 일부 보직은 주말에도 교대로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주말에 외박을 나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위의 근무 일정(duty roster) 상 'pass'가 외박입니다.)

 

이 때, 휴가에 병가나 다른 위로 휴가를 붙여 쓰는 것 역시 원칙적으로 가능합니다. 다만, 미리 미 육군 지휘 계통과 대한민국 육군 지휘 계통의 허가가 필요하죠. 복귀 당일, 또는 이를 넘긴 시점부터는 원칙적으로 '탈영'입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천재지변이나 사고가 있었는지, 복귀 의지가 있었는지, 고의성이 있었는지의 여부에 따라 징계와 처벌 수위는 달라지겠지만 말이죠.

 

병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휴가를 나갔다가 다치면, 미리 대한민국 육군 지휘관에 보고하게 됩니다. 가령, 휴가 중 교통사고를 당하면, 지휘관에게 보고하게 되죠. 이 경우, 병가나 청원 휴가 등을 붙여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귀하지 않은 상태에서, 확인해 보니 병가가 연장되었다는 건 시간 순서가 잘못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심지어는, 휴가 뒤에 외박이 붙어 있다고 하더라도, 부대에 복귀한 뒤 다시 외박을 나가야 합니다. 규정 상 휴가 복귀 후 당일 일과 후부터 외박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복귀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한국군 지원단 간부가 나타나서 "휴가자로 처리하라,"는 지시를 하는 건, 사실 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극히 드문 일이죠.

 

3) 통역병 선발 청탁:

앞의 '자대 배치'와 '탈영 무마' 청탁은 제가 직접 보거나 들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통역병 선발은 특수한 예시이기 때문에, 같은 사례를 직접 겪어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많은 카투사는 복무 기간 중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가령, 영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매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어진 자유 시간을 이용해서 공부를 하기도 하죠. 이와 같은 관점으로, 이른 바 '스펙'이 될 수 있는 통역병 선발에도 꽤 많이 지원을 했을 겁니다.

 

추장관 아들 역시 지원했을 겁니다. 당연히, 추장관 아들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으로부터 청탁이 있었을 수도 있겠죠. 특히, 미 육군측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도 되는 사업의 경우, 더욱 청탁은 많을 겁니다. 마음만 먹으면 아무나 선발할 수 있을 테니 말이죠. 결국, 역시 당시 한국군 지원단 측 이모 대령이 청탁을 거절하며, 선발 방법을 바꾸었다고 밝혔습니다. 청탁의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청탁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또 마음만 먹으면 청탁을 들어 줄 수 있었던 상황인 것 역시 맞습니다.

 

결론.

이야기가 꽤 길어졌습니다. 줄이자면, 각 논란거리마다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자대 배치 청탁: 최초 분류 때 복무할 부대와 보직을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추후 청탁을 하고 적절한 서류를 꾸민다면 청탁을 들어 주는 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2) 탈영 무마 청탁: 매일 오후 09시 인원 보고(점호) 당시, 당직병이 확인하지 못한 휴가 미복귀자가 아직 복귀하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 '탈영'으로 간주합니다. 이를 육군 본부, 육군 인사사령부, 한국군 지원단 간부가 일방적으로 '휴가자 처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며, 외압이 없었다고 단정짓기 어려워 보입니다.

3) 통역병 선발 청탁: 통역병 선발은 미 육군이 개입하지 않는 사업으로, 청탁을 들어 주는 게 다른 경우보다 쉬워 보입니다. 실제로, 많은 카투사가 이른 바 '스펙'을 쌓기 위하여 지원하여 경쟁이 과열되면, 충분히 청탁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례를 살펴 보면, 일반적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미 육군 탈영병을 체포하고 연행까지 해 본 근무 헌병으로서, 일련의 내용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특혜'와 '황제 복무' 의혹을 피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19대 정부가 '공정'과 '정의'와 '평등'을 외쳐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강력한 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의 자식이 여러 특혜 의혹에 휩싸이는 것은, 요즈음 청년 세대에 큰 실망감을 안겨 준 것 같습니다. 의혹에 대한 해명과 확실한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Reference.

1) Jang, D.S.
2) Department of the Army

더보기

Figure 1. AR600-2
Figure 2. Duty Roster (example)

 

Copyright 2020. Jang D.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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