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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Motivation Monday - 생각²

[미식 로드] 가온: 한식의 맛과 멋.

05 OCT. 20.
written by Jang D.S.
No. 41M20

※ 이 글은 식사비를 결제한 뒤, 제공 받은 서비스를 다루었습니다. ※


미쉐린 다이닝.

올해 초, 런던 여행을 계획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다시 런던을 찾는데 꽤 오래 걸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있었죠. 그래서 무조건 고든 램지 레스토랑미쉐린 스타를 받은 두 곳 모두 방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틀에 걸쳐 방문했고, 불길한 예감은 안타깝게도 틀린 적이 없었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사실 상 하늘 길이 막힌 셈이죠.

 

벌써 9개월째입니다. '미쉐린 3 스타 레스토랑'에서의 특별한 다이닝 경험은, 일생에 적어도 한 번 즈음은 해 볼 만한 특별한 경험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울에서도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찾게 되었죠.

 

2020년 09월 29일부터 다시, 미쉐린 다이닝을 계속 이어 나가 보려고 합니다.

 

미쉐린 스타.

미쉐린 스타는 셰프에게 큰 의미를 가져다 준다고 합니다. 과하게 세속적이라, 이를 싫어하는 셰프도 적지 않으나, 공식적으로 '뛰어난 레스토랑'을 기리는 한 가지 기준이 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미쉐린 가이드는 총 네 가지 기준을 들어 레스토랑을 구분합니다. 널리 알려진 미쉐린 스타와 함께 '빕 구르망'이 있죠. 미쉐린 스타는 많으면 많을수록 급이 높습니다. 미쉐린 가이드에 의하면, 미쉐린 3 스타 레스토랑은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이라 소개하고 있죠. 그만큼 가격도 높지만, 멋진 요리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한식의 맛과 멋.

이렇게 방문하기로 한 곳은 '가온'입니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변에 위치하고 있죠. 한식을 새롭고 다양하게 해석해서 빼어난 음식을 제공하는 미쉐린 3 스타 레스토랑입니다. 전통 한식의 지혜를 한국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에 담아 낸 가온김병진 셰프는 현대적 한식의 특징을 보여 줍니다.

 

가온은 한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아름다운 요리를 선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식기 모두 '광주요' 그룹에서 선보인 아름다운 제품을 사용하고 있죠. 때문에 먹는 즐거움 못지 않게, 보는 즐거움까지도 함께 누릴 수 있는 곳입니다.

 

여느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과 다르지 않게, 룸과 홀로 나뉘어 있습니다. 홀에는 약 10명 정도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죠. 만약, 비즈니스 모임이나 특별한 기념일을 기리기 위해 방문한다면, 홀 대신 룸으로 예약할 수 있습니다. 보다 프라이빗하면서도 안락한 경험을 할 수 있죠.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답게, 인테리어 역시 훌륭합니다. 홀은 레스토랑 가장 안쪽에 있는데, 약 열 명 정도가 한꺼번에 들어올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 뒤로 룸이 준비되어 있죠.

 

홀 가운데는 아름다운 꽃을 두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과하지 않고,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죠. 벽의 무늬는 끈과 매듭이 교차합니다. 작은 오방색 천이 매듭마다 묶여 있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잘 살린 인테리어인 듯합니다. 동시에, 하얀 테이블과 회색 의자는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을 주죠.

 

한식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가온은 프랑스 요리와 달리 작은 단위의 음식이 자주 나옵니다. 대개 프랑스 요리는 '오르되브르(hors-d'oeuvre)', '앙트레(entrée)', '플라 프린시파(plat principal)', '프로마주(fromage)', 그리고 '데세르(dessert)'로 나뉘죠. 가온 코스 역시 비슷하지만, 가짓수가 매우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프랑스 코스 요리의 구성대로 나누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코스 1. 오르되브르

오르되브르를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전채 요리' 정도 될 겁니다. 여기에는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아뮤즈 부슈(amuse bouche) 등이 포함되고, 따뜻한 수프 같은 음식이 나오죠. 가온에서는 '다섯 가지 자연의 맛'으로 오르되브르의 아뮤즈 부슈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와송즙, 무화과 찜, 버섯부각, 새우가지선, 찜국의 다섯 요리가 제공됩니다.

 

'와송'은 꽤 생소하죠. 한옥 지붕의 기와 사이에서 소나무와 비슷한 모양으로 자라는 약재라 합니다. 그래서 기와의 소나무, 와송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죠.

 

와송즙과 함께 와송을 보여 줍니다. 뿐만 아니라, 잘 익은 와송을 직접 먹어 볼 수 있죠. 사진의 왼쪽, 검붉은 색에 가까울수록 잘 익은 와송이라고 합니다. 약간 떫은 듯하면서도, 와송 특유의 향과 즙이 잘 살아 있었습니다. 생 와송으로 즙을 냈고, 청포도 등을 더해 달달한 맛을 냈죠. 마치 달콤한 과일 주스를 먹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뒤를 잇는 음식은 무화과 찜입니다. 무화과를 쪄 내고, 깨 등의 다양한 재료로 소스를 만들어 끼얹은 찜 요리입니다.

 

정갈한 그릇에 담긴 무화과는 굉장히 달고 부드럽습니다. 특히, 09월을 넘어가면서 무화과는 물러지기 때문에, 제철의 무화과 요리를 즐길 수 있죠.

 

비록 찜이라고는 하지만, 뜨거워서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따뜻한 정도가 되겠군요. 찌면서 무화과의 단 맛이 더욱 강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무화과 특유의 질감이 살아 있죠.

 

다음은 버섯부각새우가지선입니다. 사진의 오른쪽이 버섯부각이고, 왼쪽이 새우가지선이죠.

 

버섯부각은 버섯이 주 재료죠. 하지만, 단순히 버섯만 있는 게 아닙니다. 버섯 아래에는 육회와 얇은 과자를 깔고, 위에는 트러플을 저며 얹었죠.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아뮤즈 부슈입니다.

 

새우가지선은 튀긴 가지 위에 양념한 새우 살을 얹은 요리입니다. 왼쪽 아래, 떡처럼 생긴 게 바로 가지 튀김이죠. 가지의 식감에 한 번 놀라고, 그 뒤로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새우의 향에 다시 한 번 놀랄 수 있는 아뮤즈 부슈죠.

 

다음은 찜국입니다. 버섯, 토란, 그리고 닭고기로 만든 수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진의 왼쪽 위에 있는 게 버섯, 오른쪽 위에 있는 게 토란, 그리고 아래쪽이 닭고기입니다. 아래 쪽 국물과 함께 떠 먹으면, 입 안에 넣자마자 금세 없어지죠. 특히, 닭의 질감을 살리면서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동시에 맛과 향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매우 인상적인 요리였습니다.

 

기본적으로 훌륭한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더욱 훌륭한 맛을 낼 수 있었죠. 게다가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전체적인 요리에 조화될 수 있도록 고뇌한 김병진 셰프의 요리 철학을 조금이나마 느껴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오르되브르와 플라(plat)의 중간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통 프랑스 요리의 코스 상으로는 전채 요리에 속하기 때문에, 오르되브르로 소개하겠습니다.

 

찬 오르되브르로 대하 냉채가 나옵니다. 대하를 데쳐낸 뒤, 살을 발라 색이 아름다운 채소와 함께 먹는 냉채죠. 배, 오이, 토마토를 얇게 썰어 새우와 함께 올린 뒤, 유자 소스로 마무리해 깔끔하면서도 상큼한 맛을 즐길 수 있죠. 각 식감을 정말 잘 살려, 입 안에서 탱글탱글한 대하의 맛과 함께 다양한 채소와 유자의 향긋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따뜻한 오르되브르가 뒤따릅니다. 바로 전복선이죠. 다시마로 감싸 쪄 낸 전복은 맛이 대단합니다. 탄력 있는 전복에 다시마 향이 감싸져 맛이 없을 수가 없죠.

 

단순히 거기에 그치지 않고, 전복의 위에는 밤과 대추를 채썰어 얹었습니다. 전복 한 조각과 함께 밤을 먹다 보면, 달콤한 맛이 은은하게 퍼져 나오죠. 밤을 채썬 것도 독특하다고 생각했지만, 전복 자체만으로도 완벽하게 쪄내서 바다의 향을 오롯이 품고 있죠. 훌륭한 식감을 자랑합니다.

 

코스 2. 앙트레

엄밀히 말하면, 한식 코스에서 오르되브르와 앙트레를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편의 상, 메인 플라가 나오기 전, 두 개 음식 정도를 앙트레로 보기에, 나누어 설명하겠습니다.

 

첫 앙트레는 해삼증입니다. 울릉도 말린 해삼을 다시 불린 뒤, 속에 대하 살을 채워 쪄냈죠. 뿐만 아니라 바닥의 육수는 대하 머리로 우려냈다고 합니다. 깊이 있는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죠.

 

해삼을 조금만 눕혀 보면 가득 채운 대하 살을 볼 수 있습니다. 육수와 함께 한 입 떠 넣으면 해삼의 탱글탱글하면서도 쫀득한 식감과 함께 부드럽게 으러지는 대하의 아름다운 풍미를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육수를 먹어 보면 대하의 담백한 맛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해삼과 대하를 먹고 난 뒤, 입가심으로 은행을 먹으면 담백한 맛이 굉장히 오래 남아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간단한 밥 요리가 나옵니다. 양념으로 맛을 낸 꽃게 무침과 함께, 꽃게 육수로 지은 밥을 곁들인 음식이죠. 함께, 꽃게 육수로 맛을 낸 된장국도 나옵니다.

 

입에 넣으면 꽃게 향이 가득 퍼집니다. 양념과 함께 간이 잘 밴 부드러운 꽃게 살이 입 안 가득 퍼지죠. 마치 양념 게장에 밥을 비벼 먹는 것처럼, 밥 도둑이 따로 없습니다.

 

함께 나온 된장국 역시 굉장합니다. 단순한 된장국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깊게 우린 꽃게 육수는 굉장한 바다내음을 품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먹고 나면, 본격적으로 메인 코스라 할 수 있는 플라 프린시파가 시작됩니다.

 

코스 3. 플라 프린시파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메인' 요리가 나옵니다. 생선과 육류로 대표되죠.

 

먼저 생선 요리가 나옵니다. 금태구이죠. '광주요' 그룹의 누룩 소금에 재워 직화로 구워낸 금태와 함께, 조개 육수로 맛을 낸 쌀죽과 무 나물을 곁들인 구이입니다.

 

금태는 기름기 있고 담백한 생선이라고 합니다. 이를 누룩 소금에 재워 두었다가 직화로 구워, 겉 껍질 시어링이 완벽하고 바삭하죠. 뿐만 아니라 조개 육수와 함께 나오는 쌀죽은 담백한 맛을 줍니다.

 

뿐만 아니라, 다소 느끼할 수 있는 생선 구이 요리에 곁들일 수 있는 무나물이 나오죠. 달큰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남아 있는 무 나물과 함께, 청귤과 조개 육수를 먹으면 느끼한 맛이 사라지죠.

 

다음으로는 중간 입가심으로 먹을 수 있는 요리입니다. 바로 약차묵구이배김치죠.

 

여덟 가지 한방 재료와 밤꿀을 넣고 달인 약차에 갈분을 넣어 굳힌 묵이 바로 약차 묵입니다. 단단해 보이지만, 굉장히 말랑말랑한 식감이죠. 뿐만 아니라, 입 안 가득 퍼지는 한방 재료와 밤 꿀의 풍미가 아주 대단합니다.

 

속을 파낸 배 안에 김치를 채워 숙성한 배김치 역시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입니다. 백김치와 비슷하지만, 배로 인해 더 시원한 맛을 가득 품었죠.

 

뒤따르는 메인 요리는 채끝등심구이입니다. 조청 간장으로 재워 구워낸 채끝등심과 함께, 더덕을 구워냈죠.

 

직화로 구워냈기 때문에, 그 속에 아름다운 풍미와 육즙을 가득 머금었습니다. 불 맛 역시 가득하죠. 뿐만 아니라, 조청 간장으로 재웠기 때문에, 기본적인 간장의 풍미와 간이 배어 있죠.

 

더덕 구이 역시 훌륭합니다. 간이 잘 맞고, 완벽하게 구워내서 채끝 사이사이의 맛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장조림솥밥황태국이 나옵니다. 큰 솥에 지은 밥이 아니라, 오로지 예약한 고객만을 위해 밥을 지어냈죠. 솥을 들고 와서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고사리 나물, 버섯, 부채살 장조림과 밥을 함께 짓기 때문에, 향이 굉장히 좋습니다. 입 안에 한 숟가락 떠 넣으면 사르르 녹아 없어질 정도죠. 밥과 함께 나오는 반상의 반찬 역시 훌륭합니다. 과하지 않고, 밥과 잘 어울리죠.

 

황태국은 멸치와 황태로 우린 육수에 무를 넣고 끓여냈습니다. 늘 접할 수 있는, 꽤 흔한 음식이지만, 깊은 맛을 내 밥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코스 4. 데세르

어느덧 두 시간 반 정도의 코스 요리의 맨 마지막, 디저트가 나올 차례입니다. '다섯 가지 입가심'으로 대표되죠.

 

먼저 대추빙과가 나옵니다. 대추 진액을 내어 만든 소르베(sorbet)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위쪽에는 대추로 만든 과자를 얹고, 대추 꿀로 만든 소스를 함께 줍니다.

 

과자를 잘게 부숴 소르베와 함께 떠 먹으면 대추의 달콤함이 입 안 가득 퍼집니다. 대추의 향이 다소 강하지만, 앞서 먹은 다양한 음식의 맛을 진정시켜 주며, 디저트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 주죠.

 

디저트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무려 네 가지 디저트가 남아 있죠.

 

바로 오과차, 백자편, 곶감쌈, 흑임자란입니다. 오른쪽 따뜻한 차가 오과차입니다. 다섯가지 재료를 넣어 우려냈다고 하여 오과차라고 합니다.

 

백자편은 잣으로 만든 한과, 곶감쌈은 곶감과 팥 앙금을 두른 디저트이며, 흑임자란은 밤과 흑임자로 만든 디저트입니다.

 

따뜻한 차와 함께 앞서 먹은 음식을 모두 잠재우고, 동시에 달콤한 한국식 디저트를 먹다 보면, 음식 잔향을 계속 입 안에 머금고 싶어지죠.

 

총평.

가온에서의 아름다운 한식 미쉐린 3 스타 다이닝이 모두 끝났습니다. 아직도 음식들이 입 안에 맴도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디너 기준 가온 코스의 가격은 약 30만 원입니다. 미쉐린 3 스타 레스토랑다운 가격이죠. 그러나 종종 할인 행사를 진행합니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식사에 그치지 않고 기호에 따라 곁들일 수 있는 와인과 전통주도 준비되어 있죠. 프랑스 요리와 달리, 여러 코스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더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간에 밥도 나오니, 어르신도 좋아할 듯합니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은 들어서면서부터 품격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전담 서버가 자리로 안내해 주며, 매 요리가 나올 때마다 서버가 간단하게 음식에 대해 설명해 주기도 하죠. 단순히 맛있는 요리를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역사나 재료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뜻깊습니다.

 

특별한 날,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으로 미식 여행을 떠나 보세요. 미쉐린 다이닝 경험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Reference.

1) Michelin Guide.
2) Jang, D.S.

더보기

Figure 1. Michelin Guide. (2020). "Michelin Star and its Meaning."
Figure 2-17. Jang, D.S. (2020). "Gaon Course."

 

Copyright 2020. Jang D.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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