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Motivation Monday - 생각²

고양이 관찰 일지.

※ 기획 과정에서 고양이에 학대를 가하거나, 먹이 등을 통해 유인하는 등 자연에 대한 개입은 전혀 없었습니다. ※

01 MAR. 21.
written by Jang D.S.
No. 09M21


고양이와 인간의 공생?

며칠 동안, 동네에 살고 있는 고양이와 친해지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꽤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인간이 자연과 생태계에 얼마나 깊게 개입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인간의 '자격'은 어디까지일까요?

 

흔히, '캣맘' 또는 '캣대디'라고 부르죠. 동네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에게 물, 사료 등을 제공하며 돌봐 주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생깁니다. 이러한 캣맘, 캣대디가 고양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을지, 그리고 길고양이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캣맘, 캣대디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인간이 고양이 생태계에 얼마나 깊게 개입해야 할지 등 수많은 의문점이 생깁니다.

 

특히, 고양이에게서 이러한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고양이는 반려동물로 널리 길러지지만, 완벽하게 가축화되지 않아 야생의 습성을 계속 지니고 있습니다. 즉, 사냥 본능, 영역 유지 본능 등을 유지하고 있죠. 집에서 고양이를 기를 때에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본능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모래 화장실을 통해 배변의 냄새를 덮을 수 있도록 해 줘야 하고, 스크래쳐를 통해 발톱을 알아서 갈 수 있도록 해 줘야 하죠. 캣 타워를 통해 수직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하고, 낚싯대 장난감으로 사냥 본능을 충족시켜 줘야 합니다.

 

그런데 야생에서는 이러한 본능을 고양이 스스로 해 나가죠. 먹이도 사냥을 통해 해결합니다. 자신의 영역을 갖고 살아 가게 되죠. 침입자가 나타나면 영역을 스스로 방어하기도 하고, 자연 속에서 어우러져 살아갑니다. 그런데 여기서 캣맘 또는 캣대디가 개입한다면, 얼마나 깊게 개입해야 할까요? 이러한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찾아 볼 생각으로, 며칠 동안 고양이를 관찰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획 과정에서 고양이에 학대를 가하거나, 먹이 등을 통해 유인하는 등 자연에 대한 개입은 전혀 없었습니다.)

 

1) 고양이와 친해지기.

이번 기획을 준비하면서, 첫 단계로 고양이와 친해지기를 선택했습니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경계심이 매우 강합니다. 따라서 고양이와 먼저 친해지는 게 가장 중요하죠.

 

처음 고양이를 만날 때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워낙 경계심이 강해서, 더 가까이 다가가면 바로 도망치기 일쑤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약 5미터 정도 떨어져서 서서히 다가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고등어'라 불리는 이 고양이는 근처에 사는 고양이 중에서도 경계심이 꽤 강한 편에 속했습니다. 때문에, 더욱 조심했죠. 멀리서 조금씩, 천천히 다가가는 방향으로 결정했죠. 천천히, 우호적인 표현을 통해 고양이를 안심시키면서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2) 고양이와 대화하기.

고양이와 어느 정도 친해졌다면, 다시 말하자면, 고양이가 경계를 어느 정도 풀었다면, 고양이가 먼저 다가오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호기심이 많은 고양이는,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걸 알면 먼저 다가가는 편이죠.

 

고양이는 움직이는 물체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카메라의 조리개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모습에 꽤 호기심이 생겼나 봅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고등어는 카메라에 다가와 앞발로 툭툭 쳐 보는 등 관심과 호기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죠. 적대적 느낌을 없앴기 때문에, 그리고 고양이가 직접 다가왔기 때문에 조금 더 마음 놓고 고양이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양이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고양이의 의사 전달 체계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보통 귀, 눈, 수염, 자세, 꼬리, 그리고 '야옹' 하는 울음 소리로 의사를 전달하는 편이죠.

 

고양이의 귀는 관심을 갖는 방향, 신경써야 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공격을 받을 수 있거나, 또는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에서는 귀를 납작 엎드려 '마징가 귀'라 불리는 모습을 갖게 되죠. 사진의 고등어삼색이는 적당히 제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라고 추측해 볼 수 있겠네요.

 

고양이의 눈 역시 감정과 상태를 나타내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고양이는 시력이 나쁜 대신, 동체 시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죠. 그래서 6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물체는 쉽게 분간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대신, 눈동자의 크기를 보면 기분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주변 밝기의 영향도 있겠습니다만, 대략적인 기분은 유추할 수 있죠. 위의 두 고양이의 경우, 가늘게 뜬 눈을 확인할 수 있죠. 일반적인 감정, 또는 만족감을 나타내죠. 반대로, 왼쪽의 치즈와 같이 흥분, 두려움, 또는 사냥(놀이)할 때는 동공이 크게 확장하는 걸 알 수 있죠. 인간의 동공 세 배의 크기에, 타페텀(tapetum)이라는 반사 막이 있기 때문에, 훨씬 더 밝게 볼 수 있다고 하죠.

 

시력이 좋지 않은 고양이는 수염이 큰 역할을 합니다. 공격을 하거나 경계할 때는 앞으로 뻗어 상황을 감지하는데 활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자세도 상당히 중요한 의사 표현 수단입니다. 언제나 도망갈 수 있도록 앞발을 디딘 채 웅크리고 있다면, 상황을 신뢰하지 못하거나 불편하다고 느끼고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앞발을 접어 넣어 식빵을 굽고 있거나, 배를 보이고 누워 있다면, 또는 그루밍을 하거나 하품을 하고 있다면, 상황을 상당히 편하게, 만족스럽다고 느끼고 있거나 경계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꼬리 역시 고양이의 언어 체계에서 꽤 큰 역할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왼쪽의 삼색이처럼 꼬리를 세운다는 건 반가움, 만족, 즐거움 등 긍정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반대로, 오른쪽 고등어처럼 가로로 늘어뜨린 'ㅡ'자, 'U'자 모양의 꼬리는 평소의 일상적인 상태라고 합니다. 제게 큰 관심이 없이, 평온하게 돌아다니는 상태라고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여기서 조금 더 꼬부라진다면 흥미를 나타내거나 놀자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하죠.

 

이외에도, 성가신 일이 있을 때는 기분 나쁘게 꼬리를 좌우로 흔들거나, 바닥을 탁탁 스치면서 내리치는 등 의사 표현에 큰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관심이 있거나 골똘히 생각에 잠길 때는 끝이 살랑살랑 움직이기도 한다고 하니, 꼬리로 많은 의사 표현을 하는 셈이죠.

 

이렇게, 꽤 오랜 기간 동안 고양이를 관찰하면서, 상당히 많은 걸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동네의 사람들은 고양이에 적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편하게 살아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 같습니다. 공원 근처에 터전을 잡고, 영역을 유지하면서 살아 가게 되었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캣맘이 사료를 챙겨 주고, 깨끗한 물을 챙겨 주기도 하는 걸로 보면, 거의 집에서 생활하는 고양이와 다를 바가 없이, 풍족한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풀리지 않는 의문점.

그러나, 아직 의문점은 풀리지 않았죠. 과연 인간이 어느 범위까지 고양이 사회에, 또는 자연에 개입하는 게 옳은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이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특히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다큐멘터리 촬영팀에게 다가오는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합니다. 바로 앞에서 펭귄이 바다표범에게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당하거나 잡아 먹히면, 이를 막아야 하는지 고민이 되기도 한답니다. 비슷한 예로, 야생 곰을 포획한 뒤, 인간이 원하는 장소에 임의로 방사한 적도 있었죠. 곰은 원래 살던 산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횡단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개인적으로는 인간이 자연에 대해 개입하는 걸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산 속에 살거나 아파트를 짓는 등 '인간을 위한 개입'이라면 인간의 의지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지만, 자연을 위해서 하는 개입은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개, 과도한 '의인화(antropomorphism)'를 통해 동물이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서가 아닌 인간의 만족감을 위해서 개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캣맘과 캣대디의 개입 역시 적당한 선을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생태계 속에서 살아 갈 수 있을 정도의 여지를 남겨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가치 판단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가치가 모든 동물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없다면, 이는 잘못된 가치 판단이 되겠죠. 가령, '고양이는 귀여우니 보호해야 해!' 하고 생각하면서도, '쥐는 더러우니까 죽여도 돼!' 라거나, 또는 '비둘기는 무서우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하고 생각한다면, 이는 잘못된 가치 판단입니다. 고양이를 보호해야 한다면, 같은 논리로 비둘기나 쥐도 보호해야 하죠.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가령, 지하 주차장에서 고양이 밥을 주던 캣맘이, 고양이가 엔진 룸에 들어간 걸 모르고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 자동차가 고장난 이웃에게 피해 보상을 요구한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죠. 여기서도, 앞서 말한 '인간 개입의 최소화'가 작용합니다. 고양이가 지하 주차장에서 살게 하는 것은 명백하게 잘못된 일이죠. 스스로의 영역을 꾸리고 살게 하되, 이를 조금씩 보조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인간의 영역에 고양이나 다른 동물을 불러들이는 건 충분히 잘못된 일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만족을 위해서 고양이 사회에, 또는 자연에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야생의 본능을 무시한 채, 인간이 살아가는 영역으로 위험하게 불러들이거나, 또는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본인만의 만족을 위해 무리하게 고양이 또는 야생 동물에 먹이 등을 제공해서도 안 됩니다. 동시에, 과도한 의인화를 바탕으로 동물이 원하는 바를 인간의 입장에서 마음대로 넘겨 짚어서도 안 되죠.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지구에서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Reference.

1) Jang, D.S.

더보기

Figure 1. Jang, D.S. (2021) "Two Cats."
Figure 2. Jang, D.S. (2021) "First Encounter with Mackerel."
Figure 3. Jang, D.S. (2021) "Curiosity 1."
Figure 4. Jang, D.S. (2021) "Relaxed 1."
Figure 5. Jang, D.S. (2021) "Predatory Instinct."
Figure 6. Jang, D.S. (2021) "Relaxed 2."
Figure 7. Jang, D.S. (2021) "Joy."
Figure 8. Jang, D.S. (2021) "Curiosity 2."

 

Copyright 2021. Jang D.S. All rights reserved.

///

'일상 > Motivation Monday - 생각²'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의 마칸.  (0) 2021.03.15
이등병의 편지.  (0) 2021.02.15
텅 빈 김포국제공항.  (0) 2021.02.08
낚시 도전.  (0) 2021.02.01
갤럭시 버즈 프로.  (0) 2021.01.25